법등5 2025. 5. 14. 14:00

어느 마음에 점을 찍겠는가, 덕산 선감이라는 스님께서 교학을 철저히 공부해서 불교 교리에 달통을 했습니다. 금강경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 금강경 주석서까지 만든 분입니다. 그 당시에 저 남방에 용담 숭신이라고 하는 큰스님이 계셨어요. 이 스님을 뵈러 절에 올라가는 길에 배가 고프지 않겠어요. 그래서 점심을 먹으려고 호떡을 파는 할머니한테 “할머니, 호떡 하나 주시죠.” 했단 말입니다. 할머니가 쳐다보니 젊은 스님이 걸망을 메고 서 있길래 “호떡은 뭐하시게?” 한 거예요. “점심 먹으려고 합니다.” 여기에 걸려든 거죠. 지금은 하루 세 끼를 똑같이 ‘먹는다’고 하는데, 그렇게 된 게 얼마 안 됩니다. 점심點心이란 말을 풀이하면 ‘마음에 점 찍는다’는 뜻이 되요. 아침과 저녁 두 끼를 먹는데, 정오쯤 되면 배고픈 생각이 드니 이 마음에 점찍듯이 배를 살짝 달래는 것을 ‘점심’이라고 했어요. 할머니가 젊은 스님을 향해서 물었습니다.

“걸망에 들어있는 게 뭐요?” “금강경소초가 들어있습니다.” “아, 그래요? 아이고, 훌륭하십니다. 금강경에 대해서는 도사겠네요.” “암, 달통했지요. 뭐든지 물어보세요.” “그럼 내가 금강경 한 대목을 물어볼 텐데 대답을 하면 호떡을 그냥 드릴 테고, 모르면 굶으시오. 금강경에 말씀하시기를 과거심도 얻을 수 없고 현재심도 얻을 수 없고 미래심도 얻을 수 없다고 했는데, 당신이 점심 먹겠다고 하니 과거심에 점을 찍겠소, 현재심에 점을 찍겠소, 미래심에 점을 찍겠소?” 용담사에 가서 숭신 스님을 만나기도 전에, 호떡 파는 할머니한테 딱 멱살 잡힌 거죠. 덕산 선감 스님은 말 한마디도 못하고 석장을 짚고 자리를 떴습니다. 점 찍을래야 점 찍을 수 없는 생각 이전의 마음자리가 부처의 자리입니다. 아직 현전일념의 도리에 사무치지 못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