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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삶의 이야기

허공에걸려 넘어지는 사람!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다. 육신의 고통이나 정신적인 번민도 세월이 흐르다 보면 가라앉게 되고, 사무치던 그리움도 시들하게 되어 그럭저럭 견딜 만 해진다는 뜻으로 하는 한편으로는 내성이 생긴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체념하게 되거나 감정이 바래진 것이다.

‘좀 더 냉각기를 두고 생각해 보자’, ‘
내일 다시 생각하자’는 것은 바로 이 시간이라는 약방문이 제법 유효한 줄을 알기 때문에 내리는 처방이다.
요는 시간이 아니라 한 생각이다. 그러나 실은 ‘시간이 약’은 아니다.
그 말의 뜻은 다름 아닌 ‘시간을 벌고 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라는, 우리들 의식작용의 속성을 꼬집은 것이다.

요는 시간이 아니라 한 생각이다.
가령 누가 자신에게 위해를 가해 왔을 때,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대응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 ‘
그래, 내게도 잘못이 있었겠지. 그는 나를 일깨워 주려고 채찍을 든 것뿐이야.’ 할 수도 있다.
시간이 흘러 생각이 바뀌는 걸 보면 구태여 시간에 기댈 것이 아니라 그냥 한 생각 돌려 보는 게 더 현명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의식세계란 따지고 보면 서푼 어치도 안 되는 지식에 의지하고 있다.
그나마도 한 번 받아들인 지식은 좀처럼수정하지 않으려는 고집까지 부린다.
그걸 고정관념이라 한다. 고정관념은 또 반드시 아집·아만을 동반한다.
그러다 보니 유연한 사고, 열린 사고를 할 수가 없다.


부처님께서는 그런 사량분별의 경계를 넘어서는 참지혜의 길을 제시하셨다.
욕심·성냄·어리석음을 세 가지 독이라고 하셨고, 그런 삼독심과 나를 포함한 일체의 형상에 대한 집착을 여의면 해탈에 이른다 하셨다. 관념이란 실은 실체가 없는 허공 같은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관념의 벽을 두텁게, 높게 쌓아올리고 있다. 그리고는 스스로를 그 속에 가두기도 하여, 그 관념에 걸려서 스스로를 넘어뜨린다.

우리들은 허공에 갇힌 사람, 허공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인 셈이다.
한 생각 돌려 거기서 벗어나는 지혜의 길은 불법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