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활 지식과 정보

코로나 확진자 마주친적 없는데 전파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공기 중에 떠도는 미세 침방울(에어로졸)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오면서, '공기 전파'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리디아 모로스 카 호주 퀸즐랜드대 대기과학ㆍ환경공학과 교수 등 전 세계 32개국 연구진 239명은 세계 보건기구(WHO)에 공개서한을 보내 그간 에어로졸을 통한 감염위험에 대해 적절한 경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서한은 이번 주 과학 저널에 실릴 예정이다.

공기 전파 가능성 의견 분분
그동안 과학계에서는 코로나 19 공기 전파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WHO는 현재 비말에 의한 직ㆍ간접적 감염에 대해서만 공식적인 감염 경로로 인정하고 있다. 코로나 19 확진자가 내뱉은 비말을 흡입하는 경우, 또는 코로나 19 확진자의 비말로 오염된 표면에 접촉한 뒤 눈ㆍ코ㆍ입을 만지는 경우다. 현재까지 공기로 전염된다고 확인된 감염성 질환은 홍역ㆍ수두ㆍ천연두ㆍ결핵 정도다.

그러나 미국 워싱턴주 합창단 집단감염 사례(슈퍼전파)나 각자 별도의 테이블에 앉은 중국 레스토랑에서의 집단감염 등의 사례가 나오자 의구심이 커졌다. 일부 과학자들은 ‘과연 2m 정도 이동하는 비말만으로 이러한 양상의 집단감염이 가능한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이들은 위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에어로졸 감염뿐이라고 지적한다. WHO에 서한을 보낸 과학자들은 “공기 중 떠다니는 에어로졸이 제3의 감염 경로로서 코로나 19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며 WHO의 지침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입자의 지름이 5~10μm보다 큰 비말의 경우 중력 때문에 2m 이내의 거리에 대부분 떨어진다. 5μm보다 작은 비말 핵이나 에어로졸은 상대적으로 더 멀리 이동한다. 지난 4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연구진은 바이러스를 함유한 에어로졸이 최대 8m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보건당국이 권장하는 2m 거리 두기 기준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2m가 공기 전염이 아닌 비말 전염을 기준으로 한 거리이기 때문이다.

김정기 고려대 약학대 교수는 “홍역처럼 수증기 같은 물방울을 타고 전염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작은 비말핵 등이 선풍기나 에어컨과 같은 공기 흐름을 타고 멀리 움직일 수 있다”며 “결국 일상생활에서 공기 전파 양상이 있는지가 중요한데 ‘비교적 멀리 갈 수 있다’는 의미의 공기 전파는 있다고 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에어로졸에 포함된 바이러스가 감염성 있는지도 봐야"
지난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공동연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에어로졸 상태로 최대 3시간 동안 공기에 떠다닐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발표했다. 그렇다면 이는 확진자와 물리적으로 마주치지 않아도, 공기 중에 떠 있던 에어로졸에 노출돼 감염될 수 있다는 의미일까?

아직 이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줄 만한 연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바이러스 입자가 에어로졸 상태로 있을 수 있다=공기전파까지도 가능하다’는 것을 섣불리 같은 의미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안광석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 연구위원(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은 IBS 〈코로나 19 과학 리포트〉에서 ‘최소 감염량(minimum infectious dose)’이라는 개념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기 전파 여부를 규명하려면 우선 다양한 크기의 에어로졸에 포함된 바이러스가 감염성이 있는지를 파악해야 하는데, 최소 감염량은 이때 사용되는 수치다. 한 개체를 감염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의 최소 입자 수를 의미하는데, 최소 감염량이 적을수록 감염성이 높다. 즉, 에어로졸에 포함된 바이러스 입자 수ㆍ배출 방법ㆍ에어로졸 액체의 점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복합적 요인을 모두 고려해야 하므로 바이러스의 공기 전파 가능성을 규명하는 데는 몇 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베네데타 알레그란치 WHO 감염예방통제 국장도 “30여 명의 국제전문가로 구성된 WHO 자문단은 주례 원격회의에서 공기감염이 코로나 19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데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만약 에어로졸 감염이 이뤄졌다면 코로나 19 감염 사례는 훨씬 많았을 테고, 확산도 더 빨리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