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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안의 곳간

비워야 채워지는 섭리

 

 

올 때에 빈 손으로 왔고 갈 때도 빈 손으로 간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잊고 산다.

죽음이 임박해서 새삼스레 실감하게 되기 전까지는 이 엄연한 진리를 망각 속에 묻어둔 채로 지낸다.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그 어느 것도 가져갈 수 없고 데려갈 수 없음을 알지만

그래도 아끼고 집착하고 목말라하면서 산다. 소꿉장난하는 아이들과 같다. 해 질 녘이면,

다 버려두고 뿔뿔이 흩어질 텐데 땅뺏기 집 짓기에 열중하는 아이들과 같다.

알면서 실천하지 않는 것은 무지만도 못하다. 그래서 어리석음은 독이다.

결코 같이 갈 수 없음을 알면서 끝까지 놓아주지 않는 것은 어리석음이다.

가령 저 진시황처럼 미이라가 되어서라도 내 재산 내 사랑 내 명예 내 권력을 지키겠다고

생사람과 황금을 무덤까지 끌고 들어가려 한 그 어리석음을 무어라 말할까.

그저 측은할 뿐이다. 소유의 참 뜻은 ‘한시적인 관리’다. 영원한 소유란 없다.

또 소유한다는 것은 소비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소비가 없는 소유란 무의미하다.

소유란 소비할 때에 비로소 확인되는 성질의 것이다.

세상은 돌고 돈다.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것은 자연의 법칙이요 진리다.

그러기에 일체 만물은 서로 살리고 서로 먹여주고 서로 바꿔 쓰며

한마음 한몸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 육신, 내 재산, 내 사랑, 내 자식…… 하는 눈으로 보면 거기엔

너, 나의 대립과 투쟁만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진리에 대한 무지요 자연법칙에 대한 어리석음이 낳은 결과이다.

일체 만물은 서로 맞물려서 돌고 돈다.

그렇기 때문에 마치 물이 흐르듯이 채워지면 비워야 하고 비우면 채워진다.

내가 놓으면 상대가 살고 상대가 살면 내게 또 채워진다.

끊임없이 주고 받는 공생·공용·공식의 고리가 계속된다.

거기엔 갈등도 투쟁도 괴로움도 없다. 편안함이 있을 뿐이다.

비우면 채워지고 또 비우면 또 채워지는데, 주면 받게 되고 또 주면 받게 되는데

거기에 무슨 애지중지 할 게 남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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