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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안의 곳간

팔풍부동

八風不動

 


{1} 우리 인생은 팔풍경계(八風境界)에 흔들리면서 여덟 가지 좋고 나쁜 현상과 접하는 일이다.

나를 이롭게 하는 이익(利)과 늙어가고 기울며 나에게 손해가 가는 쇠(衰)의 바람,
나를 헐뜯고 비방하는 훼(毁)와 나를 기리고 받드는 예(譽)의 바람,
나를 칭찬하고 추켜세우는 칭(稱)과 나를 나무라고 꾸짖으며 비난하는 기(譏)의 바람,
나를 괴로움에 멍들게 하는 고(苦)와 나를 편하고 즐겁게 하는 락(樂)의 바람이 그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좋고 싫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얻고 잃어버리고, 만나고 헤어지고, 편하고 괴롭고, 기쁘고 슬프고 등의 여러 가지 경계에 접하면서 파도에 흔들리는 나룻배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며 살아간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그러한 경계에 끄달리면서 산다는 점이다. 경계를 나누는 것도 부족해 그러한 경계에 집착하여 한없이 그 경계에 매여 벗어날 줄 모른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계의 파도는 크게 나누면 역경계(逆境界)와 순경계(順境界)로 나누어진다.
역경계란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상황에 직면한 것을 말한다. 그것은 자신의 가는 길을 가로막고 내 마음 가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기에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남이 나를 조롱하고 비난하며 나무라면 화가 불끈 치밀어 오른다.
직장인의 경우 자신의 마음을 거스르는 상사와 만나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다. 그 사람 때문에 일터에 나가는 것이 두렵기조차 하다. 늙어가고 병드는 것도 역풍이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도 고통이요 슬픔이며 아픔이기도 하다. 그 괴롭고 힘든 상황에 내몰려 거기에 매몰되다 보면 화가 나고 침울하며 쓸쓸하고 고적하기 이를 데 없다. 우울하고 침통한 마음이 떠나지 않아 온통 세상이 먹구름이요 분노의 불길로 이글거린다. 거기에 매몰되면 매몰될수록 더욱 고통스럽고 급기야는 죽음의 길로 향한다. 그렇게 현실에 깨어 있지 못하고 어두운 길목으로 자꾸만 접어든다.

{2}순경계란 자신의 뜻에 맞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말한다.

좋아하고 즐겁고 편안한 상황이다. 내 마음에 아주 잘 들어맞아 뜻대로 술술 잘 풀리는 경우다.
꿈에 그리던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고 일을 잘 추진해 직장 상사나 동료부터 칭찬과 찬사를 받는다. 투자한 주식이 뛰어오른다. 그래서 너무 기분이 좋고 즐겁다. 순경계는 일단 좋기는 하다. 내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이 전개되어 기분이 참 좋다.
그렇게 기분 좋은 건 유쾌한 일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 붙들려 우쭐하고 흥분하며 마음이 붕 떠 현실에 깨어 있지 못하고 정신 나간 사람이 되는 것이다. 특히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상황과 접하게 되면 거기에 착 달라붙는다. 이렇게 순경계는 기분이 좋긴 하지만, 거기에 머물러 집착한 결과 그만 평정심을 읽어버린다. 더 과한 욕심으로 탐욕을 부려 육망이라는 전차를 타고 가다가 결국에 속도가 가속되어 걷잡을 수 없이 파멸에 이르고 만다.


사실 역경계는 그러한 상황에 직면하여 “그렇구나” 내지는 “상황이 그럴 수도 있겠지”하면서 깊이 인내하고 수용하면 극복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물론 이마저도 쉬운 일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안 좋게 일이 전개되기까지 상황을 이해하고 수용하면, 그것마저도 감사거리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역경 속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다.
그러나 순경계는 극복하기가 만만치 않다.
순경계에 접하면 그 상황에 자석처럼, 어쩌면 무모한 불나방처럼 속절없이 붙들려가기 때문에 그것으로부터 빠져나가기가 너무 어렵다. 그리고 순경계는 역경계로 돌변하기 십상이다. 흔히 주변에 이런 상황이 연출되는 것을 본다. 즉 내 마음에 드는 연인을 만나면 그 사람에 달라붙어 열렬히 사랑한다. 그러다가 그 여인이 자기의 기대와 어긋나면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상실에 젖는다. 증오까지 한다. 심지어는 철전지 원수가 된다.'

[3]사랑이 증오로 변하는 것은

순경계가 역경계로 변한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그래서 진정 인생을 잘 살려면 잘 풀릴 때를 조심해야 한다. 순경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깨달음은 요원하고 행복 또한 오래가지 못한다. 아무튼 역경계든 순경계든 거기에 함몰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참선곡』
바깥으로 역순경계(逆順境界) 몽중(夢中)으로 생각하여 희로심(喜怒心)을 내지 말고 허영(虛靈)한 나의 마음 허공과 같은 줄로 진실이 생각하여  팔풍오욕(八風五欲) 일체경계 부동(不動)한 이 마음을 태산같이 써 나가세 역풍이건 순풍이건 그것은 사실 바람이 분 것뿐이다. 바람에는 실체가 없다. 여러 가지 인연 속에서 시절 인연을 만나 그렇게 바람이 불어왔을 뿐이다. 그것은 신의 징벌도 아니고 자연의 노여움도 아니다. 다만 원인과 조건에 따라 그렇게 움직였을 따름이다. 따라서 거기에 달라붙어 시시비비를 가리고 집착하며 극단으로 치닫지 말아야 한다.

팔풍의 바람이 불어올 때 마음을 태산같이 오롯하게 세우면 죽음 앞에서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거기에 올바로 깨어 있다면 백척간두 진일보의 길이 열린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역경계가 오든 순경계가 오든 바로 그 자리에 화두를 들어보라. 화두를 들고 그것을 온몸과 마음에 깊게 스미게 해 꼭 붙들어 매는 순간, 이리저리 휘날리는 경계의 바람은 사라지고 평화롭고 잔잔한 내면의 모습과 마주할 것이다. 그렇게 화두를 들고 경계를 대처해 나가면서 즉시즉시 놓고 살아갈 때 새로운 활로 또한 열릴 것이다. 일이 눈앞에 이르렀을 때, 역(逆)하건 순(順)하건 집착하지 마라. 집착하면 마음이 흔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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