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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삶의 이야기

마음이 거울

 

있는 그대로 비추는 마음이 거울  보통 선이라고 하면 어떻게 생각하나요. 무엇이 선이냐. 우리가 듣기로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쉽다고 하면 이것처럼 쉬운 것이 없고, 어렵다고 하면 이것처럼 어려운 것이 없다고 했습니다. 가장 어렵고 가장 쉬운 것이 하나입니다.

경전에 보면 서산 대사의 『선가귀감』에 보면 ‘선은 부처님 마음이요, 교는 부처님 말씀’이라고 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부처님 마음이라고 하나요? 사람마다 누구든지 너도나도 갖추고 있는 원래 마음을 선이라고 하고, 그 마음으로 돌아가도록 가르친 것이 부처님 말씀입니다. 그러면 원래 선은 무엇입니까. 불자가 불문(佛門)에 들어와서 경전도 보고 책도 보고 남의 말도 들어보고 법문도 들어보고 나름대로 화두도 타서 앉아도 보고, 뭘 터득해 보겠다고 애를 많이 썼을 것입니다. 처음 말씀 드린 대로 쉽다고 하면, 그렇게 애를 썼으면 벌써 자기 뜻대로 성취되었을 것 아닙니까. 어렵다고 하면 아무리 애를 써도 나오지도 잡히지도 보이지도 않고 허탈하기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본래 갖춘 불심은 어떻게 시작해서 오는 게 아닙니다. 그렇게 하기 이전에, 깨닫기 이전에, 깨달음과 관계없이 원래 갖춰줬던 마음입니다. 이를 부처님이 깨달으셨습니다. 깨닫고 보니 깨달은 사람만이 갖춘 게 아니라 일체중생이 불성을 갖추고 있다. 자기 속에 갖춰져 있다. 안타깝게도 그 마음이 잠시도 가만있지 않습니다. 마음이 이러쿵저러쿵 생각에 사로잡혀있어요. 망상과 집착이 덮어서 원래 갖춘 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마음이 덮여 있다면 시원하겠어요? 답답합니다. 괴롭습니다. 언제 도를 깨닫고 성불하느냐 등등의 생각이 마음속에 가득합니다. 동서남북 공간을 초월하고 과거, 현재. 미래 시간도 초월한 모든 것이 마음에서 시작하고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마음은 언제부터 시작했느냐? 시작이 없으니 무시(無始)라고 합니다. 언제 끝이 나느냐, 한계가 없어요. 그래서 무종(無終)입니다. 무시무종(無始無終)입니다.

항상 눈만 뜨면 ‘오늘 뭘 해야 하느냐’. 이러쿵저러쿵 생각이 많아집니다. 먹고 살라니 돈도 벌어야 하고, 명예도 권력도 얻어야 합니다. 뜻대로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이 괴롭다는 내용을 보면 자기가 바라고 구하고 있는 게 구해지지 않아서, 구할 수 없어서입니다. 얻지 못해서 괴롭습니다. 구할 곳을 버리면 답답한 것도 괴로울 것도 없습니다. 이것은 구하지 말라. 구하면 구할수록 멀어지고 찾으면 찾을수록 거리가 멀어진다. 찾지 말아라 구하지 말아라.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무엇입니까? 눈푸른 납자가 선지식을 찾아가 불법을 알고자 출가하고 정진했는데 도저히 모르겠다며 묻습니다. 선지식은 ‘마음 밖에 도가 없고, 마음 밖에 부처가 없다’라고 이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마음을 찾는다고 하는데 제일 가까운 곳에 두고 찾고 있다.’  소 등에 타서 소를 타고 있는 격입니다. 마음속에 있으면서 마음을 찾고 있습니다. 어떤 환경 어떤 경우 어떤 형태이든 화를 내는 것도, 욕심부리는 것도, 착한 생각도 나쁜 생각도 나 아닌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십시오. 화내고 있는 마음을 자기라고 한다면, 화가 사라지면 나도 사라지는 걸까요? 화는 사라졌지만 나는 있습니다. 원래 마음은 그래도 있지만 그 안에서 일어난 화는 잠시 생겼다 사라지는 것입니다. 마음속에서 수없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입니다.

마음에 이것이 오고 저것이 옵니다. 물과 파도에 비유하겠습니다. 파도도 물이고 물도 파도입니다. 바람에 움직이는 물을 파도라고 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파도가 아닌 물입니다. 사라지면 파도 속 물도 같이 사라집니까? 사라지지 않습니다. 물은 같이 나지도 없어지지도 않습니다. 우리 마음속에서 생각이니 화가 마치 물에서 파도 생기듯 일어나고 사라집니다.

망상[생각]이 괴로움이 눈 앞에 있습니까? 물체라고 하면 실제 있다고 하면 눈앞에서 치우면 그만입니다. 망상은 그림자입니다. 마음속에 있습니다. 마음속에서 수없이 일어나고 사라집니다. 망상과 생각과 마음은 어떤 관계일까요? 파도도 물이고 파도 아닌 것도 물입니다. 생각도 마음입니다. 그런데 생각 아닌 마음이 있습니다.

마음의 성격을 물, 불 마음. 불이라고 하면 무엇입니까. 물은 무엇입니까. 물은 젖는 습성이고 불은 뜨거운 습성입니다. 그러면 마음은 무엇입니까? 여기 컵이 있습니다. 모양과 형태가 있지만 마음은 물건처럼 모양도 형태도 없습니다. 무엇이 있습니까? 소리가 나면 소리인 줄 ‘아는 마음’이 있습니다. 화가 나면 화나는 줄 ‘아는 마음’이 있습니다. 화가 사라지면 답답함이 사라지면 시원합니다. 그 시원함을 ‘아는 놈’이 자신이요, 마음입니다. 생각에서 벗어나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깨달은 사람도 생각을 합니다. 가령 종소리가 들리면 어제랑 오늘 종소리가 다르구나 알아차립니다. 얼마든지 생각을 합니다. 생각하지만, 생각 이전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원래 마음으로 돌아간다는 얘깁니다. 마음은 물질과 다릅니다. 거울과 같습니다. 검은 것을 검게 비추고 하얀 것을 하얗게 비추고 붉은 것을 붉게 비춥니다. 거울 자체가 검거나 희거나 붉거나 하지 않습니다. 거울은 자기 색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대로 비춥니다. 마음도 형태와 모양이 없어서 소리가 나면 소리인 줄 아는 것뿐입니다. 앞에 보이는 푸른 산을 비춥니다. 소리는 소리인 줄 알고 빛은 빛인 줄 알고 냄새는 냄새인 줄 압니다. 이 ‘아는 마음’이 가려지면 이 마음을 모르는 겁니다. 머릿속 이 생각 저 생각은 마음을 온갖 환상으로 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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