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소한 삶의 이야기

돌에서 피가 배어나올 만큼의 믿음이라면….



“먼저 우리는 우리 속에 부처를 이룰 수 있는 힘, 불성이 있음을 믿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정원사가 꽃나무를 가꾸듯이 불성을 살려내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불성을 잊고 있다. 우리는 여러해살이 꽃나무가 계절 따라 피었다 져도
이듬해 다시 꽃을 피울 힘을 그 나무 안에 지니고 있는 줄 알지만 자신들에게도 그와 같은 불성이 있다는 것은 잊고 있다.
불행하게도 인간은 일단 몸을 바꾸게 되면 전생의 기억을 까마득히 잊고 말기 때문이다.
만약에 우리가 다겁생을 거쳐 지금 진화의 위대한 순간에 와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면 꽃나무에 꽃 피우는 힘이 있음을 믿듯이 우리 속에 부처될 힘이 있음을 믿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진화의 원동력, 그 불성을 믿어야 한다.”
일체 중생에게 빠짐없이 다 불성이 깃들어 있다고 부처님께서 누누히 말씀하셨지만 그것을 진정으로 믿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그저 ‘그렇다더라’하는 정도로 알고 있을 뿐이다.
대부분의 불자들이 밖에서 경배의 대상을 찾고 그로부터 복과 가피를 바라는 것은 바로 건성 믿음 때문이다.
만약에 누가 뭐라고 하든 나는 나로서 성불할 수 있다, 내게는 부처님과 한치도 다르지 않은 불성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면
구태여 밖에서 찾고 밖에서 구해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내게 밖에서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 정도만큼 나의 믿음이 약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믿음엔 조건이 없다. 내게 불성이 있음을 믿는 데 무슨 조건이 필요할까. 가령 누가 바깥 대상을 믿으라고 한다면
그 대상이 정말 믿을만한 것인지 따져볼 조건이 붙겠지만 자기가 제 뿌리를 믿는데야 조건이 붙을 까닭이 없다.
그냥 믿으면 된다. 더구나 위대한 스승 부처님께서 우리들이 미쳐 알지 못하는 것을 사실이라고 일깨워 주시지 않았던가.
고로 자기가 제 뿌리인 제 불성을 믿지 못한다면 그것은 바로 스승인 부처님을 믿지 못하겠다는 뜻이 되고
진리를 의심하는 결과가 된다. 불자로서 어찌 부처님을 불신하겠는가.
어린아이가 제 살림의 일체를 부모에게 맡기고 살듯이 그렇게 제 뿌리를 무조건 믿어야 한다.
어떤 것이 진정한 믿음인가. 한마디로 절절한 마음이어야 한다. 물이 끓어 오르는 것 같은 그런 마음, 뼈에 사무치도록 애절한 마음,
지성이면 감천이라 하듯이 하늘을 감동시킬 수 있는 그런 마음이어야 한다.

남들이 나를 보고 ‘저 사람 미쳤다.’고 할 만큼, 저 무심한 돌에서 피가 배어나리만큼 그렇게 사무치는 믿음이 진정한 믿음이다.
물론 쉽지는 않다. 웬만큼 불심이 돈독하지 않고서는 그런 믿음을 갖기 어렵다. 그러나 백천간두에서 한 발 내디딜 수 있는 그런 뱃심,
죽든지 살든지 다 맡기겠노라는 그런 각오가 없다면 믿음을 말하지 말라. 괜스레 건성 믿음만 드러내 보이는 꼴이 될 터이니까.
내게 불성이 있음을 진정으로 믿는다면 사실이지 수행이란 필요 없다.믿음 그것으로서 족하다.
수행이란 다름이 아닌 내가 본래 부처임을 깨우쳐 가는 방편문이다. 그러므로 내가 본래 부처임을 확고히 믿는 이에게는 삶이 그대로 수행이 된다. 생활 속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믿음에 뿌리를 내리고 있을 것이니 따로 수행이 필요 없다.
그는 의심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며 잘 된다 못 된다에 얽매이지 않고 넘어지든 일어서든 구애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믿음이란 원력 능력 지혜의 원천이다. 물러서지 않는 진정한 믿음이야말로 모든 것을 다 갖춘 자성부처가 드러나도록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믿음은 곧 해결사인 제 뿌리 주인공을 만나는 데 필요한 열쇠가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제 뿌리를 온전히 믿지도 않으면서 하는 일마다 잘 되기를 기대한다. 때로는 믿는데도 왜 안되느냐는 푸념을 한다. 건성으로 믿으면서 능력과 지혜를 원한다.
마치 부모의 능력에 전적으로 의지해야만 살 수 있는 아이가 부모를 믿지 않으면서 등 따습고 배 부르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진정한 믿음만이 해결책을 제시한다. 죽든지 살든지 일체를 제 뿌리에 맡기겠노라는 그런 믿음, 거기에 길이 있다.

'소소한 삶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묵은지 보살의 수행  (2) 2023.12.29
無所求行  (1) 2023.12.28
허공에걸려 넘어지는 사람!  (1) 2023.12.27
의심이 없으면 법계도 없구서리![자리이타]  (2) 2023.12.24
下心  (2) 2023.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