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생을 사는 동안 많은 생각이 일어났다 꺼졌다 합니다. 하루저녁에 초가집 열 개를 지었다 부순다는 이야기가 있듯 말이죠. 그 번뇌 망상이 꺼졌다 일어났다 하는 자리를 한번 되살펴 보는 겁니다. 전통적으로 한국불교는 간화선입니다. 화두를 들어 그 꺼졌다 일어났다 하는 생각을 끊어버립니다.
여러분이 참선하면서 번뇌, 망상 일어난다고 걱정하는데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일어나는 그 자리에서 화두를 들어버리면 번뇌 망상은 다 꺼져버리게 돼 있습니다. 화두를 의심하고 있는 그 당처를 잘 잡고 거기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고 일심으로 가다 보면 그런 생각으로 뭉쳐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때가옵니다. 한 시간이 갔는지, 두 시간이 갔는지, 몇 시간 갔는지 모르는 그런 때가 훌렁 지나갑니다. 그런 때 결판이 납니다.
삼천대천세계가 나와 둘이 아니라는 그러한 경계에 도달하게 됩니다. 일하면서 얼마든지 참선할 수 있습니다. 염불, 주력도 마찬가지입니다. 행주좌와어묵동정(行住坐臥語默動靜)으로 갈 때 올 때, 밥을 먹을 때, 잠을 잘 때 계속 놓치지 않고 하면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애별리고(愛別離苦)의 고통 속에 살아갑니다. 헤어진 남녀를 비롯해 자식을 잃은 부모, 부모를 여읜 자식 등. 잃어버린 상대만 생각하며 괴로워합니다. 자고 일어나면 그 사람 생각, 밥을 먹을 때도 그 사람 생각이 나서 괴로워합니다 . 또 돈을 잃고 돈 생각으로 괴로워하는 등. 늘 집착하는 대상을 생각하며 괴로워하는 거처럼 화두를 들어보세요. 삼매가 오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습니다.
염불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관세음보살이든, 나무아미타불이든, 지장보살이든, 부처님 명호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똑같습니다. 그 부르는 생각을 집중하고 있으면 염불선이 됩니다. 그렇다고 복이나 성취를 빌면 안 됩니다. 일념으로 하다 보면 다 되게 돼있습니다. 열심히 일념으로 하다 보면 잡념이 다 떨어지고 마음속에 있는 온갖 분별, 망상, 차별심이 다 떨어지는데 청정심이 안 일어날 수 없고 심성이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분별 망상으로 진리를 찾으려 하면 안됩니다. 처음에야 그럴 수 있지만 결국에는 진실한 한 생각을 해야 합니다. 철학·과학으로 부처님 법을 접근할 수 없습니다. 철학은 사고(思考)를 하는 것입니다. 분별하는 것이죠. 분별하는 것으로 불교를 접근하면 안 됩니다. 부처님 공부는 무상·무심으로 가줘야 합니다. 그때 까닭이 나오게 됩니다. 일념으로 갈 때 경계들을 지나게 됩니다.
참선을 한다는 어떤 사람이 저에게 와서 “한번 앉으면 한 시간 세 시간, 삼일도 끄떡 없다”고 했습니다. 제가 화두가 있냐고 묻자, “화두 들게 뭐가 있습니까, 편안한데”라고 답했습니다. 너무 편안하고 맑고 깨끗한 자리이기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으면 습관이 들어 화두가 다 날아가버리고 편안해지는 것이죠. 그때 조심해야 합니다. 그걸 마경(마의 경계)이라고 합니다. 마지막 남은 경계이죠. 이렇게 동정이 일여(一如)하고 오메가 일여했을 때 조심해야 합니다.
원래 맑고 깨끗했던 참나로 회복하는 것이 견성의 길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먹고 살기 바쁜데 어떻게 수행하느냐고 합니다. 그 속에서 공부하고 정진해야 공부에 힘이 생깁니다. 경계가 없이 가만히 앉아서 하는 공부는 잘못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견성을 하는 그날까지 이 고삐를 놓쳐선 안 됩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되 그 보는 놈을 관(觀)해야 합니다. 듣되 듣는 놈을 관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육 근(六根)의 도적을 만나 색성향미촉법에 끄달려 도둑맞고 살다 보니 제정신이 없게 되는 겁니다. 전부 남에게 도둑맞고 자기 살림살이를 지킬 수 없게 된 겁니다. 그래서 결국 우리가 공부해서 견성하자는 것은 내 살림살이, 내 것을 가지고 자유스럽게 편안하게 살자는 것입니다. 빈털터리 거지가 돼 중생노릇하며 고통받고 살자는 것이 아니고, 세세생생 써도 없어지지 않는 지혜, 복덕, 자비라는 내 원래 보물을 찾자는 것입니다.
이것이 견성공부요 부처님 가르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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