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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하시고 흔적 남겨주세요

초로의 방황을 끝내고....

내 어린 날은 참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

생각만큼이나 뜻 모를 방황도 아울러서였을 것이고, 비행 저지를 소년될 용기도 없었고,

턱없이 감상적인데다 대책없는 시절이었다.
그럴 수밖에. 너무 어린 날 맞았던 그것은 한 소년을 생각 많고 우울한 시절로 만들어 갔다. 
이 때 이미 한생의 계산서를 다 작성해버린 셈이 된다.

 무슨 생각이 그리 많았는지 간다던 날짜에 이틀인지를 넘겼던가.

그 때서야 용기가 났다.
그러나  걸어야 할 수밖에. 몇 십리 길을 한나절인가를 걸었다.

동구에 이르렀을 때는 마을 집 아궁이에 생솔가지 쪄다 저녁 짓는 연기가 굴뚝을 타고 피어오르고,

어머니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과 아픔이 인 것도 그 때였다. 모를 세상으로 향하는 두려운 마음이

그리움을 더욱 사무치게 했는지도 모른다.

사실 왜 두렵지 않았겠는가. 새로운 삶에 대한 두려움은 긴장으로 몸과마음에 가득하여
입술이 앙 다물어졌었다. 들고 가던 가방은
너무 무거웠고 책 몇 권과 옷가지를 담은 가방을 들고 있었다
무슨 보물 단지처럼. 그런데도 누가 들어 준다고 해도 끝까지 혼자 들고 갔다 
참 순진한 마음이었다.


백지 위에 어떤 색깔을 먼저 칠하느냐에 따라 그 색깔이 돋보이듯,
 아무 것도 칠해져 있지 않은 마음에 불교를 담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살아 보니 그랬다.

 내 길을 찾았다는 안도감이었을까. 
숙명적이기 때문에 몇 년만 잘 해 보다가 또 다른 길을 찾는다는 생각
그러나 그게 아닌 걸 알았다. 시작과 함께 이 길은 나의 길이며 끝까지 간다는 마음만이었다.

 날마다 다짐을 잘해 보겠다고. 잘하게 해 달라고. 또 고무되어 있었던 게 있다.
웬 신심이었을까. 모든 것이 다행스럽고 즐겁다는 마음에서였다
그 많던 상념들도 많이 잦아들었다.

북적거림을 피해 정작은 역마살이 고개를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더 먼 곳으로 떠나야겠다며 많은 시간을 고민하게 하였다.
더 힘든 고행과 사람 발길도 잦지 않은 더 깊은 곳으로 가자는 마음에서.

어딘들 입맛에 딱 맞게 기다려 줄까.
마음이 그랬지. 어디라도 그 때는 썩 만족을 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던 차에 드디어는 그것을 떨쳐 버리기 위해서도 다시 시작해야 했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고민만 더 깊어 가고,그럴수록 더 떠돌았다.

그래도 뭔가를 얻어야 방황이 끝날 수있을 것 같고, 이대로는 수행자 자체도 불투명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어찌 그러랴. 현실은 내 곁에 엄연히 존재하고 보이는데.

거기서 젊은 승들이 회의하고 방황에 빠진다. 알고보면 다 나부터지만.
그렇게 떠돌즈음.  힘든 노정을 거치며 그 길을 찾았는데, 
 잠자리에 누워 마음을 꼽아 보았다. 새벽 길 몇 십리 걸을일에 걱정이 먼저였지만
그리고 길을 나섰다. 먼길을 달렸다. 
나만을 위해 노사의 삶을 바라보면서 수행자란 걸 보게 되었다.

또다시 방황은 없을 것 같았다.
이제 내 길로서 더 이상 흔들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실체도 알 수 없이 끝없게 이어질 것 같던 흔들림을 멈추게 하고서
그 때부터 걸망 메고 운수의 행각을 시작하였다.

 

흘러흘러 가며. 그 나이에 이미 인생의 계산서를 작성해 버렸으니 얼마나 홀가분한가.

지금 내 주변의 누구는 내 걸망 멘 뒷 모습만 봐도 끝없이 흘러가는 것만 같아 마음에 싸한 아픔이 인단다.
 그러나 어쩌랴. 이 길이 내 길이고 그 아픈 마음까지 다 싸안고 언제까지 흘러 가고 싶은 걸.

그리고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은 혼자인데.
정말 더 늙어 꼬부랑 할배되기전에 단촐한 걸망 메고 끝없이 끝없이 흐르며
만행 같은 만행 한번 오래도록 해 보고 싶다.

 

나무 석가 모니불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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