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들아! 무엇을 얻고자 예까지 왔는가?
그 이유는 인간이 그 자체로서 완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빈부귀천과 남녀노소와 관계없이 누구나 부처님의 생명을 지니고 이기에 더 이상 보테가 뺄 것이 없는 것이 우리의 본래 모습이다.
우리의 순수한 본성은 본래 맑고 깨끗하다. 허공처럼 푸르고 한계가 없다. 그런데 망상과 잡념이 그것을 덮는다. 무수한 생각의 장막이 밝은 생명의 숨소리를 막아버린 밝은 태양을 구름이 덮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나친 욕심과 헛된 망상만 비우고 쉬어준다면 우리는 내 안에 파릇파릇 숨 쉬고 있는 생명의 숨소리를 듣게 되기 마련이다. 마음이 쉰 사람이 좋은가 욕심이 덕지덕지 붙은 사람이 좋은가. 당연히 마음이 쉰 사람이다. 마음이 여유롭고 한가하여 부드러운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사람. 마음이 여러 가지 생각으로 요동치기보다는 차분하게 가라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 좋은 사람이고 바람직한 수행자상이며 이상적인 불자의 모습이다. 그래서 ‘쉬고 또 쉬라(休歇)’라고 한다.
“쉬고 또 쉬어 아무 일 없이 지내라(休歇無事去)”고 한다. “ 생각 생각에 찾아 헤매는 마음을 쉴 수 있다면 쉬고 또 쉬어 망념만 일어나지 않으면 우리 자신이 부처요 조사라는 것이다. 깨달음의 꽃은 우리 마음속에 이미 피어 있다. 다만 쉬어주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쉬는 것이 곧 깨달음이다(歇卽菩提)”라고 했다. 분주한 일상 속에서도 쉴 수 있을까, 화가 날 때도 쉬어주면 사라지고 급하게 달아오르는 생각도 쉬어주면 사라진다. 쉬기만 하면 고요하고 부드러운 생명이 드러나 새근새근 숨을 쉬기 때문이다. 진정한 휴식이란 거친 숨소리를 잠재우는 것, 마음이 흔들리고 요동치면 숨소리가 거칠어지니 그렇다. 그런데 사실 쉬는 게 쉽지 않다. 틈만 나면 망념과 잡념이 여기저기서 피어올라 나를 괴롭힌다. 급하게 올라오는 생각에 눈이 멀어 허둥지둥되며 좌불안석이다.
산사를 찾는 진정한 의미도 쉬기 위한 것이다. 산새소리 들으며 숲속 오솔길을 걷는 것도 쉬는데서 오는 마음의 안정이다. 과연 우리가 분주한 일상 속에서도 과연 산사의 뜨락이나 오솔길을 걷는 것처럼 진정한 쉼을 맛볼 수 있을까?
분주하고 급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도 쉴 수 있으려면 수행이 담보되어야 한다. 수행의 힘으로 산사와 조용한 곳에서는 누구나 쉴 수 있다. 그러나 번뇌망상이 소용돌이치는 곳에서 쉴 수 있어야 진정한 수행인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아무리 《금강경》을 3천 번 읽고 천수주력이나 능엄주력을 몇 만 번 지송 했더라도 이 삶의 현장에서 마음이 쉬지 않고 달아오른다면 그것은 아상만 쌓은 것이지 진정한 공부는 아니다. 쉬되 마음이 깨어 있어야 사실 화두를 드는 것도 본질적으로는 마음을 쉬기 위한 것이다. 화두를 드는 순간 망상이 잠자고 마음이 고요해지기 때문이다. 망상이 잠자고 마음이 고요해지면 바로 그 자리가 깨달음의 자리고 부처의 자리다. 다른데서 구할 것이 없는 것 쉬고 또 쉬면 될 뿐이다. 그러나 쉰다고 해서 아무 일 없이 그저 목석처럼 지내는 것은 아니다. 그 한적한 곳에서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있는 것은 무사안일에 상태에 빠져 인생을 낭비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선에서는 그저 편안하여 그 상태에 머물고자 하는 것을 무기공(無記空)에 빠졌다고 경계한다. 무기공이란 아무런 의식 없이 그저 공적 한 상태를 즐기는 것이다. 따라서 쉰다는 것은 무엇인가 작위적으로 구하는 마음, 밖을 향해 헐떡거리는 마음, 이리저리 헤아리고 사량분별하는 마음을 쉬는 것, 무위도식하며 그저 편하게 아무 일 없이 지내는 것은 절대 아니다. 쉬되 마음이 깨어 있어야 쉬고 있으면서도 마음이 꽉 차 있어야 한다.
화두를 들고 쉬어 있어야 하며 염불을 하면서 쉬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일을 하면서 깨어 있고 그것이 진정한 쉼의 경지까지 간다면 그 사람이야 말로 진정한 일없는 도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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