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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안의 곳간

불교 인연이란!

 불교는 부처님 법을 만나는 인연으로 시작하게 된다. 이 인연을 부처님과의 인연이라 하여 불연(佛緣)이라 말하기도 한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인연에 의해서 생겨나고 인연에 의해서 관계가 맺어진다.

인연이 무엇인가? 인(因)과 연(緣)으로 나누어 말하면 인은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것이고 연은 간접적인 조건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말하면 꽃이 피었다 할 때 꽃이 핀 것이 인연에 의해 나타난 현상이다. 그런데 이 꽃이 애초에 씨앗이 땅속에 묻혀 있다 발아하여 싹이 트고 점점 자라서 꽃이 피게 된 과정이 있다. 다시 말해 꽃이 핀 것은 씨앗이 있었기 때문이고 그 씨앗이 발아하여 싹을 틔어 자라는 동안 성장할 수 있는 조건들이 갖춰져야 하는 것이다. 땅에 뿌려진 씨앗이 흙속에 수분을 필요로 하고 공기나 햇빛을 받아야 정상적으로 자랄 수가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씨앗은 인(因)이고 흙과 수분, 공기 햇빛 따위는 연(緣)이 된다. 이 인과 연을 합하여 인연이라 하는 것이다.

모든 존재는 인연에 의하여 존재하게 되었다는 것이 인연의 본뜻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이 인연소치라고 설명하는 것이 불교 교리의 기본입장이다. 인간만사 세상만사가 모두 인연이라는 것이다. 이 인연을 두고도 좋은 인연과 나쁜 인연이 있다고 윤리적인 성격을 부여하여 선악으로 나누어 말한다. 물론 이것은 인간에게 좋은 일이 되느냐 나쁜 일이 되느냐 하는 점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인연 자체는 좋고 나쁜 것이 없는 것이지만 사람에게 미쳐진 영향이 좋은 쪽으로 가면 좋은 인연이고 나쁜 쪽으로 가면 나쁜 인연이 되는 것이다. 가령 두 사람이 서로 만나서 싸움을 하거나 상해를 가하면 이 만남이 결과적으로 나쁜 인연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 사이에도 악연(惡緣)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본래 인연의 시작은 무심한 것이다.

마치 눈이 내릴 때 눈송이가 어느 곳에 내려앉아야겠다고 장소를 정해 내리는 것이 아니다. 내리다 보면 어떤 눈송이는 바위 위에 내려앉고, 소나무 가지 위에 내려앉거나 산사의 법당 지붕 기왓골에도 내려앉는다. 날씨가 맑고 흐린 것도 본래는 무심한 것이다. 물론 기상상태의 조건에 따라서 나타나는 현상이긴 하지만 선악의 업력이 없는 무기(無記) 상태인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뜻에 맑을 때가 좋을 때도 있고 비 올 때가 좋을 때가 있다. 이리하여 사람에게 이로운 것을 좋은 인연이라 하고 해로운 것을 나쁜 인연이라 하게 되는 것이다. 무심히 다가온 인연이 이로울 때는 선연(善緣)이 되고 해로울 때는 악연(惡緣)이 된다는 말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이 인연이지만 인연의 중심은 사람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인연이라고 말한다. 결혼을 하여 부부가 되고 자녀를 낳아 부모가 되고 하는 가족적인 것은 물론이고 이웃이 되고 친구가 되고 아는 사이가 되는 것들도 모두 인연이다. 모르는 사람끼리 길을 가고 오다 옷깃을 한 번 스치고 지나가는 인연을 오백생의 인연이라고 하는 말이 있다. 인연을 사람 중심으로 설하면서 하는 말이다. 사람 중심의 인연을 말할 때는 동시에 시간과 장소의 인연이 반드시 따라온다. 어떤 상항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언제 어디서라는 시간과 장소가 전제되기 때문이다.

인연은 시간이 공간이 교직되어 짜지는 천과 같은 것이다. 예로부터 인연에 대한 설명을 베틀에서 베를 짜는 것에 비유한 이야기도 전해진다. 사람이 태어날 때 세 가지 인연이 동시에 맺어진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언제 태어났느냐는 시간으로 생년월일시이다. 이른바 옛날부터 써 오던 말인 사주팔자(四柱八字)가 정해진 때이다. 또 어디서 태어났느냐는 장소로 고향이 되는 지역이다. 그리고 누구의 집안에 어느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났느냐 하는 가족이 된 인연이다. 이것이 때와 장소, 사람과 맺어진 인연으로 보통 시절인연(時節因緣), 지연(地緣), 인연(人緣)이라고 한다. 사람이 한 생애를 사는 동안에 이 세 가지 인연에 의해서 나이를 먹고 이사를 하거나 직장에 따라 지역을 옮겨 다니며 여러 사람을 만나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인생살이 세상살이의 내용이 이 세 가지로 설명이 되는 것이다. 인연이 있으면 그에 따르는 과보(果報)가 있다고 하는 것이 인연법의 정설이다. 곧 인연의 반대말이 과보이다. 원인에 상응하는 결과 조건에 따른 대가가 과보이다. 이는 인연에 의한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말이다. 인연이 맺어져서 나타난 과보가 다시 인연이 되고 또 과보를 불러오는 어떤 연속성이 유지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인과가 동시에 작용하는 이치가 있다. 시간적으로 원인이 먼저이고 결과가 나중이라 생각되지만 결과가 동시에 미래의 원인이 된다. 원인에 의한 결과가 나타나서 그 결과가 동시에 또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원인이 된다는 말이다. 가령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가 흔들렸다는 사실을 인과로 보면 바람은 원인이고 나뭇가지가 흔들린 것은 결과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니까 가지에 달려 있던 잎이나 열매가 떨어졌다 하면 흔들린 것이 원인이 되고 떨어진 것이 결과가 되는 것이다.

이리하여 인과관계를 시간대로 적용하여 과거의 원인이 현재의 결과가 되고 현재의 결과가 동시에 미래의 원인이 된다는 삼세양중인과설(三世兩重因果說)이 나왔다. 사람의 생을 두고 전생, 금생, 내생을 말할 때 전생의 원인이 금생의 결과를 가져오고 금생의 원인이 내생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런 송구도 전해진다. “전생의 일을 알려고 하면 금생에 과보 받는 것을 보면 되고 내 생의 일을 알려고 하면 금생에 업을 짓는 것을 보면 알게 된다.

(欲知前生事 今生受者是 欲知來生事 今生作者是)"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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