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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삶의 이야기

일행 삼매 [禪]

깨달음을 스스로 물을 마셔봐야 찬 지 더운지 알듯이 깨달음이란 완전히 개인적인 체험입니다. 모든 외재하는 사물은 우리들 참모습의 그림자이며 모든 외적인 교리는 자성(自性)의 메아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러한 메아리나 그림자에 집착하지 않고, 오직 자성을 볼 수 있어야만 비로소 무엇 이 참된 자아인지 알게 됩니다.

현대인들의 마음은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의해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현대적으로 표현하면 ‘스트레스’에 의해 건강이 좀먹어 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과잉은 몸에 큰 변조(變調)를 가져온다는 것이 의학 적은 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이것을 ‘자율신경 실조증(自律神經 失調症)’이라고 부릅니다. 이 ‘스트레스’는 대부분 근대화의 산물로서 인위적으로는 예방이 거의 불가능합니 다. 그렇다고 해서 지레 겁에 질려, 스트레스 해소를 단념한다는 것은 인간의 가장 큰 행복을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스트레스 해소에 참선(參禪)이 특효약이라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도 증명되고 있습니다. 참선을 하면 우뇌를 활성화시키고 알파상태로 만듦과 동시에 도파민 등 각성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뇌를 안정시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자율신경도 강 하게 작용해 뇌에서 분비되는 것과 같은 종류의 각종 호르몬을 대량 분비시켜 여러 가지 통증이나 성인병, 심인증(心因症)을 치료하는데 기여합니다.

선은 자기 존재의 본성을 꿰뚫어 보는 것이며 속박으로부터 자유로 향하는 길을 가리 킵니다. 즉 선은 우리들 각자 속에 본래 자연적으로 구비돼 있는 모든 에너지를 해방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선에 대해 “그대의 모든 정신 활동은 이제 열쇠로써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그대들이 경험한 것보다 더 만족스럽고 보다 더 평화로워져 이제까지 경험 해 보지 못한 환희가 충만하게 될 것이다. 삶의 색조가 바뀔 것이다.

선 속에는 무엇인가 젊어지게 하는 것이 있어 봄날의 꽃들은 더 아름답게 보일 것이 며 계곡의 시냇물은 더 신선하고 맑게 보일 것이다. 선 중에는 공안 즉 화두를 드는 선도 있고, 묵조하는 선도 있고, 염불 하는 선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가운데서 자기에 맞는 것을 선택하면 됩니다. 즉 근기에 맞는 수 행을 하면 된다

참선할 때 특별한 장소나 시간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장소는 될 수 있는 한 조 용하고 홀로 있을 수 있는 곳이면 어느 곳이나 좋습니다. 시간도 자기 생활 중 한가 한 시간이면 좋고 저녁때나 새벽이면 좋습니다. 다만 참선을 하려면 자세가 안정돼 야 합니다. 자세가 안정되면 다음은 호흡 조절[調息], 마음 안정[調心]의 순서로 진행합니다. 참선할 때는 ‘일상삼매(日常三昧)’ ‘일행삼매(一行三昧)’ 해야 합니다. 일상삼매 란 ‘여묘포서(如猫捕鼠)’와 같습니다. 즉 고양이는 쥐를 사냥할 때 한눈팔지 않고 사력을 다해 쥐구멍을 노립니다. 고양이가 조금만 딴생각을 하면 쥐 사냥은 실패하게 됩니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참선할 때도 ‘내가 부처요 천지가 부처’라는 마음을 한순간 도 놓아서는 안 됩니다. 일행삼매는 ‘여계포란(如鷄捕卵)’과 같습니다. 마치 어미닭이 계란을 품듯이 참선에 들라는 것, 계란은 오래 품고 있어야 병아리가 됩니다. 함부로 퍼덕거리면 온도와 시간이 맞지 않아 부화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지금 천지 우주를 부처로 보지 는 못해도, 내가 부처요 천지가 부처라는 것을 항상 느껴야 합니다. 항상 느끼고 있 으면 그때 번뇌가 녹아 부처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애써도 삼매의 경지를 맛보지 못해 참선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습니 다. 사람은 본래 마음이라는 것을 갖고 있습니다. 마음은 자고 있을 때 외에 항상 무 슨 일을 향해 움직이고 있거나, 듣거나, 웃거나, 생각하거나, 느끼거나 하고 있습니 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입니다. ‘다선일미(茶禪一味)’라는 말을 선에서는 많이 쓰고 있습니다. 또 옛날부터 행주 좌와(行住坐臥) 어묵동정(語默動靜) 모두 선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행’ 은 보행 즉 걷는 것을 뜻하고, ‘주’는 서 있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 걸으나, 서 나, 앉으나, 누우나 모두 선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면 생활하는 24시간 내내 선 아닌 것이 없습니다. 따라서 늘 일상삼매 일행삼매 한다면 깨달음의 경지에 오를 수 있습 니다. 요즘 재가자들이 시민선방에서 수행하는 것은 참으로 보기 좋은 일입니다. 공부는 지 속돼야 하는데, 시민선방이라는 공간이 그 역할을 해 주는 것 같아서입니다. 중국 도 연명은 화장실이나 마구간에서도 좋은 작품을 썼습니다. 시민선방에서 간화선을 하는 것도 좋지만 감수성을 자극해 주는 염불선도 좋습니다. 염불선은 지(知)와 정(情)과 의(意)를 모두 조화롭게 구하는 선법입니다. 다만 재가자들이 수행할 때 ‘별시(別示) 수행’이 필요합니다. 별시 수행이란 대중 수행을 말하는 것입니다. 혼자서 수행하다 보면 자칫 게을러지고 외도로 빠질 수 있습니다.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여럿이 함께 모여 수행을 해야 합니다. 대중이 곧 선지식이고 대중의 힘으로 정진하다 보면 올바른 수행습관을 체득할 수 있습니다.

또 줄탁동시( 啄同時)라는 말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줄( )은 병아리가 부 화되려 할 때 알 속에서 소리를 내는 것을 말합니다. 탁(啄)이란 어미가 알을 깨려 고 껍질을 쪼는 것을 말합니다. 즉 스스로 깨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를 돌아보고, 그 과정에서 좋은 스승을 만나 가르침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은 면 아무리 좋은 가르침을 준다 해도 그 뜻을 알지 못합니다. 정신의학과 스포츠의학의 세계적인 대가인 일본 동경대학 교수인 시로야마(白山) 박 사는 고승들이 참선할 때 뇌파를 측정해 보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참 선은 뇌 전체를 이완시킴과 동시에 오른쪽 뇌를 활용하고, 또한 유산소 운동인 점에 서 볼 때 심신의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바가 크다’라고 말입니다.

현대는 ‘아이디어’와 ‘감수성’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불가에서도 창의성이 없는 사람은 인가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참선은 우리시대의 필요충분조건입니다. 참선 은 유아 때부터 가르쳐야 합니다. 어릴 때부터 집중하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이것 이 바로 포교입니다. 불자는 자타일시 성불도(自他一時 成佛道) 해야 합니다. 즉 자기 자신만이 불도를 이 룰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이 다 함께 불도를 성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를 공격하기 전 유명한 목사를 백악관에 데리고 왔습니다. 개신교의 십계명 중 제일이 불살생(不殺生)이기에 여기에 대한 의견을 묻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그 목사는 부시 대통령에게 사탄은 죽여야 한다고 했습니 다. 그래서 부시 대통령은 성경에 손을 얻고 선전포고를 한 것입니다. 이것은 나와 남을 다르게 봤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나와 남이 다르지 않다는 불이(不二) 사상으 로 보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다 같이 성불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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