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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없는 법의 말씀

서두르고 시비하세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 ‘하루하루의 삶을 떠나서 달리 구해야 할 도는 없다’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함부로 입에 올리기에는 아득히 높은 경지인 것이다. 일상 그대로가 도(道)에 계합(契合)하는 도리를, 범부의 세치 혀에 쉽게 올릴 수는 없다. 하지만 이 말은 너무 매력적이다. 갑남을녀들의 일상도 절대 경지의 체현일 수 있다는, 삶 그 자체에 대한 이보다 더 큰 긍정은 달리 듣고 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비루한 삶까지 도(道) 일 수는 없다.

여기에 바로 일상의 삶이 버거운 중생의 고뇌가 있다. 어떤 삶이 ‘도’가 되는 삶일까?  그러나 그러한 삶을 만나면,  참으로 좋은 것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법이니까. 시인이나 화가가 아니더라도 소나기에 씻긴 저녁 하늘을 물들인 노을의 장엄에 감동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  삶을 ‘평범의 외양을 한 비범’이라, 평범한 사람이 깨달음을 얻으면 비범해 보이고, 비범한 사람이 깨달음을 얻으면 평범해 보인다는 말이 있다. 도의 궁극은 특별함에 있지 않다는 진실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말. 아상의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있는 한, 삼천배도 공연한 짓이라는 가르침으로,  그냥 이렇게 그래 1시 반. 바로 그거야. 억천만 겁이 지나도 이 순간밖에 없어. 별 시간이 없어.” 성동격서(聲東擊西). 하루가 억천만 겁으로 늘어났다가 ‘이 순간’이라는 한 점으로 모인다. 그렇다.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은 ‘이 순간’이라는 형태로밖에 존재할 수 없는 시간에 묶여있다.

이 순간이 어떤 의미일까? “이 순간 찰나 억천겁의 시간이라 해도 넘치는 법이 없고, 만생(萬生)이 당생(當生)이라. 젊었을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어. 몸 늙은 것뿐이지. 그때 본 것 지금 보고, 듣는 것 똑같고. 목숨이 별 것 아니야. 호흡지간에 있어. 들이쉬고 내쉬는 가운데 있지. 찰나라. 인생이란 이렇게 여가가 없어.” 선기(禪氣) 순간순간에 전생애를 걸라, 세상과 인생의 본질을 보고 나면 천년이 하루 같고 하루가 천년 같다. 경전도 보지 않고 좌선도 않으면서 묵묵히 마주하는 이것은 어떤 종(宗)인고. 바람 없는 곳에 바람 흘러넘치니 푸른 묏부리에 천년 고송(古松) 빼어나누나. 不讀金文不坐禪 無言相對是何宗 非風流處風流足 碧峰千年秀古松  초월을 지향해야 할 종교계마저도 세속적으로 퇴행하는 현 추세에 비춰볼 때는 더욱 빛나는 대목이다 .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오죽했으면 성인도 시속(時俗)을 거 스러지 못한다.

그러나 “망하면 나 혼자 망하지 남까지 망칠 수는 없지.” 단순한 겸손의 언사라고 보기에는 서릿발 같은 수행자의 기상.  어느 누구에게도 차별을 두지 않는 친근함 하나같이 너무나 인간적인 임을 강조 ‘인간적’이라는 의미는 오욕락에 솔직히 반응하는 인간이라는 뜻이 아니라, 그것을 훌쩍 뛰어넘은 시비를 하지 말아야  의견 대립이 있거나 이해가 엇갈리는 부분이 생겼을 때, 항상 양보하고 먼저 져야 돼. 누구에게든 어떤 일에든 이유는 다 있어. 그런데 이유를 댄다는 건 결국 이겨야겠다는 뜻이거든.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이유를 대는 순간 끊어버려야 돼. 져 주란 말이지. 그런데 이게 어려워. 욕심 때문이거든. 욕심부리면 오래 못살아. 철 모르는 애들도 제 것 안 빼앗기려고들 싸우잖아. 욕심은 그렇게 뿌리가 깊어.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면 고통도 없어. 그것만 쉬어도 생사가 끊어지는 거라.” 시비하지 말라는 안심법(安心法)의 요체다.

시비분별에 대한 경계는 아주 엄격해야 한다. 그리고 매사에 서두시는 법이 없어야하고.. 그리고 누구를 섣불리 평가하거나 차별을 두고 대하지 말고 이런 세상에는 묵변(默辯)으로밖에 대처할 수가 없어 말로 해서는 안돼. 먼저 알고 묻는데 무슨 말이 필요한가 침묵으로 대하고 지금이 그런 시대야, ‘천언만당불여일묵(千言萬當不如一默)’이라 천 번 말해서 만 번이 옳더라도 한 마디도 안한 것만 못하다 그래서 불법에 의한 교화의 주는 적묵(寂默)이어야 한다 ”침묵으로 말하기. 이 시대의 병폐에 딱 맞는 역설의 진리, 참선의 실제 지극한 도는 평식 업양신(息業養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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