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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삶의 이야기

文語非義![불법 실천의 상징]


사바세계는 ‘말(言)과 글의 유희’가 판치는 세계다. 교묘한 말과 글, 속이는 언어와 문장, 그리고 비방하는 논(論)과 술(述)이 출렁거리는 세계다. 중생들은 ‘말’로만 모든 것을 재단(裁斷)하고, ‘말’로써 모든 일을 해결하고자 한다. 말과 글을 뒷받침하는 ‘책임 있는 행동’은 하지 않은 채. 그래서 항상 다툼이 일어난다. ‘네가 옳으니, 네가 맞느니’하면서. 앞뒤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로 시작된 다툼은 성냄. 탐욕. 어리석음에 의해 ‘크기’가 더욱 증대된다.

불교는 말과 글을 신뢰하지 않는데, 원효스님에 따르면 글과 말은 진리를 전달할 수 없다. 그러나 진리를 대중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언어와 말을 통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문어비의()’로는 진리를 왜곡할 수 있으나, ‘의어비문(義語非文)’으로는 진리를 부분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문어비의’란 일상 언어의 속성에 집착해 낱말이나 문맥에 얽매이는 세속의 말이고, ‘의어비문’은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의미와 문맥에 얽매이지 않고 세계의 실체를 파악해 이를 왜곡 없이 드러내는 말이다.

현실적으로 말과 언어를 통해 행동이 뒷받침 안 된 말은 의미(意味)가 미끄러져 결국 ‘의미 없이’ 사라지고 만다. 때문에 서로를 속이다 결국에는 모두가 상처 입는, 참고 살아야 되는 감인(堪忍)세계가 지속된다. 말이 얼마나 사바세계를 힘들게 하는지는 “거짓말(妄語), 교묘한 말(綺語), 현란한 말(兩舌), 비방하는 말(惡口) 한 것을 참회한다”

불교는 이런 사바세계에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왜 실천이 필요한 지’를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것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