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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自然이 가르치는 공부

청옥빛 하늘.
바람 속을 걸어 산길을 오른다.
조붓한 산길을 걸으며 산 허리를 밟는다는 표현이 얼마나
적확한 표현이었나를 다시금 깨닫는다.
선이 진 얇은 허리처럼 산을 감고 돌아 돌아 정상으로 뻗친 길.
그 옆의 능선으로는 단풍나무 벚나무 등 이름도 알 수 없는
나무들과 대숲을 곁에 두고 길은
돌돌돌 흐르는 계곡물 소리
도란도란 이어져 어머니의 눈길처럼 정답다.
산길은 대개 그윽하고 좁아 성급한 사람을 거부하고
욕심 많은 사람을 거절한다.
산길은 또 조용하고 은밀해 수행자의 발걸음을 꼭 안고
가난한 연인들의 발길을 도닥여 준다.
욕심이 많은 사람들은
산길에 이르러 그 길의 좁음에 산길을 떠나고,
성급한 사람은 그 길의 아득함에 다시 산을 버리고 돌아서기 일쑤다.

좁은 산길은 길을 느끼는 자에게만 가슴을 열고,
욕심을 버리고 작은 희망을 기뻐하는 자에게만 환영의 손짓을 한다
욕심이 많고 광폭한 사람은 산길에 이르러
그 길의 좁음을 푸념을 하지만 수행자는 산길을 걸으며
참으로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도 보물로 느끼지 못하는 나무와 바람을
아주 소중한 보물로 느끼는 맑은 마음의 눈을 뜨게 되고
그 눈길을 따라 본래 청정한 마음의 적요까지 맛보게 된다.
산길은 또한 고결해 인환의 거리를 멀리하고
하늘 끝 닿은 그곳에 눈길을 두고 있다.
그런 산길을 따라 산마루에 오르면 그 산의 높지
않음에도 인간의 마을은 작게만 보인다.
산마루에 서게 되면 우리들 문명이라는 것이
얼마나 왜소하고 남루한 것이었는지를 무언의
가르침 속에서 분명하게 바라볼 수 있다.

자연의 턱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 문명을 위하여
우리가 자연의 숨 줄과 생명마저도 위협하고 있음을
생각할 때 우리 인간이란 얼마나
죄 많은 존재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우리의 세계의
고뇌가 그칠 날이 없다.
그래서 부처님은 우리의 세계를 고해에 비유하셨던 것 같다.
모두 행복한 듯 살고 있지만 행복보다는
불행의 하중이 더 큰 것이 우리들의 세계다.
우리의 세계는 우리에게 영원한 안식처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잠시 머물다 떠나야 할 곳, 바로 그것이 이 세계가
우리에게 가지는 의미의 전부일뿐이다.
욕심을 가지고 욕망을 쫒기에는 너무도 덧없는 것 아닌가.
이 세계가 우리가 잠시 머물다 떠나야 할 곳이라고
생각할 때 우리의 자세는 좀 더 겸손해질 수 있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우리가 머물러야 할 이상향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영원한 고향으로서 이상향에 눈 뜬 자는 영원을 만날 수 있고
영원과 더불어 살 수 있을 것이다.
영원한 고향을 찾는 것은 어쩌면 우리 실존 모두의
본질적인 염원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성성히 휘날리던 인간이 이상향을 찾고자 하는 소망은
본래부터 내재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은 여태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다.
어쩌면 본래부터 이상향에 대한 소망이 있다는 것으로 보아도

이 세계는 우리의 이상향으로서 영원한 고향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우리는 그 이상향을 찾는 이 세계 속의 나그네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생을 뒤돌아본다.

그것은 욕망으로 점철된 세계로부터의 탈출이었고 영원한 고향을 찾기 위한
내 존재의 치열한 도전 아니었던가.
실존으로서의 삶에 허무를 느끼고 인간적인 욕망의
마지막 한 올까지도 다 벗어던지고자 했던 것이 내 길이었다.
얼마만큼 내가 그 처음의 마음에 충실했는지 답할 수는 없지만
이 수행자의 나날이 날마다 기쁨으로 다가오는 것이
내 요즘의 심정이다.
수행자와 된장은 오래 묵을수록 제 맛이 난다고
은사스님을 바라보면 그 모습이 늘 가벼워 정말 그런 것만 같다.
노스님들을 뵐 때마다 그 어눌한 말투와 깊은 미소 속에
욕망을 버린 존재의 무게가 투영되는 것만 같다.
그들은 어쩌면 금방이라도 새처럼 날아올라 가볍게
저 영원한 고향에 이를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요즘 산길의 초록나무 잎들
그 모습이 노스님들의 모습을 닮은 것만 같아
내게는 더욱더 따뜻하게 와 닿는다.
누군가 말했듯이 나무만이 진실을 안다고 ,
무성한 나무 옆에 서면 우리의 인생이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허영과 가식의 잎새를 달고 있는지 느껴진다.

그것은 꼭 수행자의 모습 그대로이다.
진실을 알 때 사람들은 좀 어눌해지고 정직해질 수 있을 때
사람들은 맑아질 수 있다.
산길을 걸으며 나목을 어루만지면서 내가 느끼는 것은
바로 진실과 정직이다.
그것은 바로 욕망을 버린 자의 모습이고 나목의 모습이고 수행자의
모습인 것이다. 산길을 걸으면서 나는
사람이 사람을 떠난 자리에서도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배운다.
탐욕을 지닐 때 사람이 사람 속에 있어도 불행해지지만
탐욕심을 버릴 때, 그때는 사람이 사람 곁을 떠나
혼자서도 넉넉히 행복해질 수 있다.
요즘은 산길을 걸으면 그 모두가 반갑다.
코끝에 와 닿는 바람이 반갑고, 넉넉하고 여여하게 열려 있는 하늘이 정답다.
아직 탐욕을 모두 버린 것은 아니지만
나는 어느새 수행의 도정에서 이 말없는 것들을
나의 친구나 스승으로 맞을 만큼
마음이 맑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는 있다.
나무는 나무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하늘은 하늘대로 존재해 서로를 내세우지는 않지만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만큼 맑은
가슴으로 만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시간이 나는 대로 욕심 내지 않고 산길을 걷는다.
그리고 산길의 은밀한 가르침의 소리를 듣는다.
탐욕심을 버리고 새의 깃처럼 가볍게 날갯짓할 수 있을 때
너도 영원한 고향에 안착할 수 있으리라는.
오늘도 나는 산길을 거닐어 산마루에 올라 청옥빛 하늘을 바라보며
영원한 고향에 대한 산길의 가르침에 귀 기울인다.

또한, 적적하고 고요함 속에서 인연을 따라 이루어진 것이 아닌

불생불멸의 존재 생멸 변화하지 않는 절대 진실 무상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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