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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삶의 이야기

범부와 성인이 어드메 있는가

 



 어느 날 우연히 꿈과 같은 바다에 놀다가
 이 몸 벗고 근원으로 돌아가
원래 본성에 걸림이 없으니
어찌 깨달음과 나고 죽음이 따로 있겠는가
삶의 허무를 감당할 재간이 없어
깊은 침묵으로 머물고 있을쯤 그 인연으로 불법을 만났다
젊은 날의 허무는 어디에 갔는가
“무(無). 그놈이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을 틈도 없이 지금까지 살아왔지
어쩌면 밑바닥까지 도달한 그 허무가 한눈팔지 않고
수행의 길을 걸어오게 한 원동력이었을지도 모르지.
슬픔도 힘이 되듯 허무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큰 힘이 됐단 말이야!
범부와 성인의 무엇으로 차이를  두고 있는가?
번뇌를 밑천 삼아 자신의 삶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큰 원력을 세울 수 있는 것이 바로 성인인 것

수행자로서 가장 큰 고비 없이
봄 여름 가을 겨울 다 좋아
그리고 사람의 살갗과 영혼을 파고드는 그 모멸찬 허무도 좋아
소리가 끊겨버린 겨울의 긴 침묵은 지혜를 만드는 성역이다
그 지혜의 성역 속에서 삼라만상은 조용히 익어간다
세월이란 놈 좀 들여다보니 모든 것을 침묵하게 만들지
뿐만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도록 재촉하지 않아
문자(그림자)를 떠나고 마음을 고치라고 이야기하고 있지
아는 것도 버리고 마음을 고치라고 하고 있지
참 지혜는 그 속에서 싹트는 것이라고
겨울침묵은 중생들에게 그런 지혜를 가르치고 있으니
참 좋아  여러분 도도 한번 세월을 가만히 들였다고
신심을 가지고 잘 들여다보면 보일 것이다
지혜를 만들어가는 침묵의 공간을 깨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따사로운 햇살이 툇마루에 앉아 참선을 불러낸 것이다.
가을햇살이 사람을 부르면 나가봐야지 그래야 좋아하지 않은가
한가로이 참 환희심이 항상 도체(道體)가 늠름하기가.
모든 납자들의 귀감이 되어야한거늘...
곁에 있으면 알 수 없는 환희심이 저절로 돋아나.
그땐 몰랐을까! 이제 그 도리를 알겠구나
날씨가 좋으니 환희심이 저절로 나는 것을!

자연이 걸망을 하나 둘러메고 긴 만행 끝에 긴 침묵이 흘렀다
그 가르침을 견성성불 하기 위해서는 남을 도울 줄 알아야 하고
그리고 중생의 고통도 절절히 느낄 줄 알아야 하므로
진실한 고통과 번뇌만이 왜 견성성불해야 하는지를 일깨우고
수행자는 무소유가 근본 주지를 살면서도 단 한 번도 월급을 받은 적이 없다.
중생의 육신을 걸머지고
성인의 정신을 소유하기 위한 수행의 한 방편
밤에는 수마를 조복 받으며 용맹정진 하기을
공부란 두타행이지 행복을 소유하기 위한 것이 아니지.
수마를 조복 받고 내가 누군가를 찾기 위해서는 큰 고통이 따라야
낮에도 밤에도 실참을 하고
수행자가 쉬는 것이 어디 있는가. 오직 마음공부뿐이지
세속의 모든 가치를 버리고
수행자의 본분 사는 바로 무소유(無所有)에 있다.
쓸모 있는 세상의 모든 가치로부터
쓸모없는 수행자자의 모든 가치로부터 자유로울 때 무소유는 이뤄진다.
이 놈의 늙은 육신만 아니면 진작 만행을 떠났을 터인데
이제 맘대로 안 되는구나
계곡물은 계곡을 따라 흐르고 바람은 바람을 따라 흐른다.
따사로운 햇살을 어깨에 받으며 걸망과 함께
겨울 침묵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옷 한 벌과 한 개 발우에
선문을 자유로이 들고 나네
속세의 눈을 두루 다 밟은 뒤
이제는 돌아와 흰 구름 위에 누웠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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