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의 일이다. 부처님은 비구들을 모아놓고 불에 타는 법[燒燃法]과 불에 타지 않는 법[不燒燃法]에 대해 말씀하셨다.
첫째 불에 타는 법이란 다음과 같다. 어떤 사람이 계를 범[犯戒]하고 몸[身]과 입[口]과 마음[意]으로 악행을 저질렀다면 뒷날 그는 병석에 누워 온갖 고통을 받게 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육신의 고통아 아니라 자신의 악행에 대한 기억이다. 평소 자신이 지은 갖가지 악행이 거울에 사물이 비치듯이 임종을 맞이하는 영혼에 낱낱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臨終悉現].
마치 해 질 녘이 되면 큰 산의 그림자가 드리우듯 [譬如大山 日西影覆], 악행은 임종을 맞이하는 사람에게 절망과 공포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악행을 범할 때는 거리 김 없이 했겠지만 인과관계는 손톱만큼의 빈틈도 없기에 과보는 피해 갈 수 없다.
그때서야 지난날을 후회해 보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그래서 죄지은 사람은 임종할 순간 불안과 조급한 심정에서 마음이 불꽃처럼 타오르고 [心生燒燃] 가슴에는 후회와 여한으로 가득 찬다. 이렇게 임종할 순간에 마음이 불안하고 지난날을 원망하고 후회하면 좋지 못한 그 마음은 그대로 다음 생으로 이어진다 [不善心相續].
둘째 불에 타지 않는 법이란 다음과 같다. 어떤 사람이 계를 받아 지니고 진실한 법을 닦아 몸과 입과 마음으로 착한 업을 짓고 살았다. 하지만 그도 언젠가는 임종을 맞이하게 되고 병석에 누워 온갖 육체적인 고통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악행을 행한 사람과 달리 임종할 순간 마음이 밝고 평화롭다. 자신이 닦은 선행을 분명하게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는 ‘나는 착한 업을 짓고, 어떤 악행도 범하지 않았으니 마땅히 좋은 세계에 태어날 것이며 [當生善趣],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으리라 [不墮惡趣]’고 사유한다.
그래서 선행을 행한 사람은 임종할 순간 마음에 두려움과 후회가 없고 평온한 마음으로 목숨을 마치게 된다 [善心命終]. 뿐만 아니라 그 마음은 그대로 다음 생으로 이어지게 된다 [後世續善]. 부처님은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 법문을 마무리하셨다.
已種燒燃業 이미 불에 타는 업을 짓고
依於非法活 법 아닌 것을 의지해 살면
乘斯惡業行 바로 그 악행의 업을 타고
必生地獄中 반드시 지옥에 떨어지리라.
이상은 잡아함에 실려 있는 「연소법경(燃燒法經)」의 내용이다. 비록 짧은 내용이지만 선행과 악행이 임종을 맞이하는 순간 어떤 힘으로 작용하게 되며, 금생에 지은 업보가 어떻게 다음 생으로 이어지는지 설명하고 있다. 이 속에 담긴 의미를 좀 더 음미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평소 나쁜 업을 지으면 임종할 때 병석에 누워 온갖 육체적 고통을 겪게 된다. 그러나 죽음이 코앞에 닥쳤을 때 그를 괴롭히는 진짜 고통은 바로 그가 범했던 갖가지 악행에 대한 기억이다. 마치 서산으로 해가 기울면 어두운 산 그림자가 골짜기를 뒤덮는 것처럼 생명의 불꽃이 기울어지는 순간 자신이 범했던 갖가지 악행은 태산처럼 거대한 공포가 되어 엄습한다.
순간 그는 무거운 죄책감과 함께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는 공포에 휩싸인다. 이처럼 자신이 뿌린 업보의 씨앗은 거대할 불꽃이 되어 임종을 맞이하는 그의 마음을 새까맣게 불태우고 만다.
둘째, 평소에 선행을 행한 사람도 언젠가 늙고 병들어 임종을 맞이한다. 하지만 그는 평소 선행을 했기에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당당한 자신의 행적을 떠올리게 된다. 선행에 대한 기억은 어두운 밤의 횃불처럼 저승길을 나서는 임종자에게 희망의 불빛이 된다. 선행을 행한 사람은 나쁜 세계로 가지 않고 좋은 세계에 태어나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후회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평온한 마음으로 임종을 맞이한다.
셋째, 임종 순간의 마음이 이생에서 마지막 기억이므로 그 기억이 그대로 다음 생으로 상속된다는 것이다. 마치 컴퓨터를 끄기 전에 마지막으로 저장한 정보가 최종 정보가 되어 다시 켤 때 그대로 나타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래서 임종할 때 편안하고 행복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그와 같은 마음의 색깔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그가 뿌린 업보의 씨앗이라는 점이다. 선행의 씨앗을 뿌렸다면 평온한 마음이 피어날 것이며, 악업의 씨앗을 뿌렸다면 공포의 불길로 나타날 것이다.
그래서 악행을 행한 사람은 임종의 순간에 공포의 불길에 휩싸이고 그것이 다음 생으로 그대로 이어진다.
하지만 선행의 열매는 죽음의 불길 속에서도 타지 않고 좋은 세상으로 그를 인도한다. 마치 동쪽으로 기운 나무가 동쪽으로 쓰러지듯 선행은 좋은 세상으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선행을 한 사람이든 악행을 한 사람이든 임종이 다가오면 어쩔 수 없이 육신의 고통을 감당해야 한다.
차이는 임종순간 마음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는가 아니면 밝은 햇살이 드리우는가이다.
죽음은 육신의 종말이므로 죽음을 통해 인간은 정신적 존재가 된다. 따라서 임종 순간에 마음이 행복하면
그 사람은 행복한 마음으로 사후세계를 맞이한다. 반면 임종 순간에 마음이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면 사후 세계 역시 불안과 공포로 점철된다. 부처님은 ‘악행을 타고 지옥으로 간다’고 하셨다. 내가 지은 악행은 임종의 순간 나를 지옥으로 데려가는 수레(乘)가 된다.
그러므로 임종 순간에 찬란한 빛을 만나고 평온하기를 바란다면 평소 극락으로 가는 수레를 준비해야 한다.
그 수레는 다름 아닌 선행(善行)을 실천하는 것이다. 선행의 수레를 타면 극락으로 가고, 악행의 수레는 타면 지옥으로 간다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통해 말씀하시고자 하는 요지다._()()()_
* 글만 읽어보고 무시로 들락거리는 중생들에게 전하노라, 눈으로 담지 말고 가슴에 담아 알상 생활에 덕목으로 삼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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